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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좀과의 지긋지긋한 악연이 시작된 건 '군시절부터'로 기억한다. 여름 군번으로 입대하여 훈련병 시절 무서운 교관 아래 쉴새없이 긴장하며 질낮은 훈련복을 밤낮으로 입었더니 사타구니가 가려웠고, 발가락과 발바닥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전투복, 전투화, 그 숨막힐 듯한 시간도 제대와 함께 사라졌지만 무좀은 여전히 내 발에 남아 있다. 겨울이면 잠잠하다 봄이 오고 기온이 조금씩 올라갈수록 점점 미쳐 날뛰었다. 다른 글에서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바르는 무좀약 '피엠'이 있어 그나마 살 수 있었다.

 

발가락 양말을 안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몇 년 전 교회 선배가 샌들을 신고 왔는데 샌들 위에 발가락이 뚝뚝 떨어진 양말이 보였다. 무좀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진 않았지만 '너무 편해' 한마디에 그간의 정황을 번개처럼 스캔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실제 발가락 양말을 구매하여 신기 시작한 건 작년 여름 동대문에서 영화를 보고 양말 전문점에서 발가락 양말을 신고 나서이다. 아니다, 다이소에서 1,500원인가 주고 발가락 양말을 두어 켤레 사긴 했었다. 발목까지 오는 발가락 양말이었는데 어쩜 그렇게 내 발가락 사이즈에 딱 맞췄는지 신으면 좀 뽀대가 났다. 하지만 천이 그렇게 좋지 않아 착용감이 그냥 그래서 서너 켤레 신다가 더 이상 사지 않았다.

 

동대문 양말 전문매장에서 샀던 발가락 양말은 네 번째 발가락이 너무 길어 솔직히 뽀대는 나지 않았다. 그래도 다이소보다 신축성이 좀 더 있고 양말 가운데 부분이 약간 좁아서 신으면 그곳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좀더 편했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장모님께서 사놓고 안 신었던 거라며 회색 발가락 양말 10 켤레를 주셨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구별이 엄격하여 고인에 대한 추억이나 회상 때문에 못 신을 이유는 전혀 없어 감사히 받았다. 그래도 그 양말을 신을 때마다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1년 가까이 신으니 헤어지기도 하고 구멍이 나기도 했지만 아직은 수량이 넉넉하여 당장 살 필요는 없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전국가적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쿠팡으로 발가락 양말 사재기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발가락 사이가 붙어 있어 발에 땀이 많이 차는 분들, 무좀 때문에 날씨가 더워지면 가려움을 참을 수 없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해 드린다.

쿠팡 최저가 10켤레 13,200원
현재 신고 있는 양말